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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 및 꿈

이세계로 가버린 꿈

곰탱신 2024. 7. 6. 23:42

꿈일기 14권 수록( 2024.07.04 )

 

이 꿈을 한번 꿨었는지 기억은 모호하지만 일단 풀어보도록 하겠다. 꿈속의 나는 현실의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 대학생이었고 현실과 큰 차이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종의 이유로 난 다른 세계, 즉 이세계로 떨어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난 이미 한 번 이곳에 떨어진 경험이 있는 것 같았다. 그곳은 내가 있던 세계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낮은 수준이었고 사람들은 한복을 입고 있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때를 기다려야 했는데 바로 만월이 뜨는 날이었다.

 

난 대충 기억을 더듬어 처음 떨어진 장소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지만 역시 소용없었다. 처음에는 혼자 떨어졌다가 집으로 돌아갔었는데 이번에는 내 대학 동기인 친구도 같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이 친구 역시 현실 대학동기라 내겐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어쩔 수 없이 이곳 사람들의 인도를 받아 우리로 치면 궁궐 같은 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다행히 이곳 사람들은 외지인인 우리에게 다정히 대해주었고 오히려 특별한 사람 취급을 해주었다. 마치 귀인을 대접하듯 말이다. 사람들도 다정하고 무엇보다 궁궐의 대장격인 남자가 우릴 위해 최선을 다해주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곳 생활이 안락해도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와 동기는 사람들 앞에선 웃으며 지냈지만 둘만 남을 땐 어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점점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을 무렵, 때가 되었지만 어째선지 돌아가지 못했다. 처음 있는 일에 난 당황했고 큰 절망감을 느꼈다.

 

'설마 영영 못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다음 만월을 기다려보자는 남자의 말에 동의했다. 궁궐 생활은 이제 평범하게 느껴졌다. 많은 신하들과 궁녀들. 화려한 복도를 지날때면 그들은 늘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난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그저 머릿속엔 어서 돌아가야 한다는 집념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난 나에게 헌신하는 남자를 어느새 좋아하고 있었다. 그는 늘 바빴지만 언제나 나를 위해주었고 덕분에 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날, 내 동기가 갑자기 사라지게 되면서 난 또다시 무너졌다. 분명 같이 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난 이상함을 느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동기가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난 동기에게 현실사람만 알만한 정보를 물었고 제발 대답해주길 바랐으나 그 아이는 내 친구의 탈을 쓰고 알 수 없는 대답만 내놓았다. 다음 이메일의 마지막 영어가 무엇인지, 인터넷이 뭔지 등 우리라면 알법한 간단한 질문이었다. 난 계속해서 질문을 했고 그 아이는 모르겠다며 얼버무렸다. 난 결국 그 자리에서 오열하며 무릎을 꿇었다. 옆에 있던 궁녀가 안쓰럽게 날 바라보며 일으키려 했지만 난 절규를 토해냈다.

 

"같이 돌아가야 하는데!! 대체 어디로 간 거야!"

 

난 알 수 없었다. 동기만 돌아가 이세계에 그 아이의 육신만 남은 건지, 아님 현실의 기억이 지워진 건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궁궐에서는 날 위로하기 위한 연회를 벌였지만 난 멍하니 차려진 음식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간절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남자는 그런 나에게 시간을 보낼 만한 것들을 보여주며 같이 있어주었다.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그는 외국인이었다. ㅋㅋ 한복에 궁궐까지 언급했지만 좀 이상하긴 하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그렇게 큰 신경을 쓰는 것 같진 않았다. 외국인이면 뭐 어때, 한국말이 잘 통하는 걸.

 

그렇게 두 번째 만월이 다가왔다. 난 마지막으로 궁 밖에서 그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약간 과학박람회 느낌이었는데 아이들이 자유롭게 뜰에서 뛰놀고 있었다. 그는 한 가지 신기한 도구를 보여주었고 그걸로 놀고 있었는데 어떤 아이가 달이 왜 뜨고 사라지는지를 물었다.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느린 이곳에서 어떻게든 과학을 알려주고 싶은 내 마음을 건드렸고 나름 과학에 박식했던 그 사람도 흥미를 보였다. 어느새 우린 앞다투어 달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와 협력해 도구를 통해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내가 돌아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마지막으로 점술집에 들렀다가 가자고 했고 난 그곳에 들어가 안내책자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16분이 남아 난 다급히 점술집을 빠져나왔다. 난 남자에게 돌아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었고 남자는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그곳은 오락실 같은 느낌이었고 수많은 게임기들 사이 거대한 기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난 직감적으로 그 기계가 날 돌려보낼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와서도 기계는 오작동을 일으키고 말았다. 남자는 당황해 어디론가 문제를 알아보러 사라졌고 난 기계앞에서 또다시 절망했다. 난 제발 돌아가게 해 주라고 빌듯이 소리쳤고 내 주위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그러다가 어떤 여자가 실수로 한 버튼을 눌렀는데 작동이 되는 것이 아닌가? 난 놀라서 일단 주위 사람들이 물러나게 했다. 난 몸이 붕 떠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집에 돌아간다는 기쁨과 남자와 헤어져야 한다는 슬픔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남자는 뒤늦게 다시 돌아왔고 난 점점 하늘위로 올라가며 남자에게 연신 사랑한다고 외쳤다.

 

"사랑해! 사랑해!"

 

그가 듣지 못할까봐 계속해서 크게 외쳤다. 남자는 나에게 손을 뻗었고 그렇게 난 다른 차원에 잠깐 머물다가 눈을 떴다.

우리 집 거실에 내가 누워있었다. 내 짐이 든 크로스백을 매고.

 

아침인지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난 비척비척 일어났다. 안방으로 가니 엄마가 잠결에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슬며시 눈을 떴는데 날 보고 놀란 눈치였다. 난 감정이 북받쳐 엄마에게 달려가 껴안았다.

 

"나 돌아왔어!!"

 

엄마는 내 기억보다 더 쇠약해져 있었고 늙어있었다. 그 점이 마음이 아팠다. 난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한 이유를 구구절절 털어놓았고 엄마는 나지막이 말했다. 분명 그때는 이때쯤 돌아왔는데 돌아오지 않으니 뭐가 문제인가 싶어 부적도 붙여보고 별 짓을 다했다고.

 

돌아오지 않는 딸을 위해 열심히 부적을 붙였을 엄마가 상상이 되어서 난 아무말 못 하고 엄마를 껴안았다.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내가 지금껏 해온 노력을 내뱉으며 꿈에서 깼다.

 

솔직히 난 이세계로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마법 같은 걸 쓸 수 있고 취급이 좋은 세계로 간다면 정착해서 살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운 좋게 이세계로 간 이들이 집을 그리워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이세계로 가니 나 또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것도 아주 간절히. 좋아하는 이성이 생겼어도 모두가 나에게 잘 대해줬음에도 난 원래 세계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난 가족이 눈에 밟혔던 것 같다. 나를 잃고 남겨질 가족이 생각나서 서둘러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난 이번 생에서는 이세계로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평행세계의 엄마가 날 위해 온갖 노력을 한 것처럼 갑자기 사라진 딸을 찾으려 이곳저곳을 헤매는 엄마가 상상이 되어서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난 생각보다 더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마법은 아쉽지만... 내가 죽고 나서도 기회는 있을 테니 지금은 자식 된 도리를 다하려고 한다. 

 

그저 깨달음을 얻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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