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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쓰는 글

와이와 수학마법 4

곰탱신 2019. 9. 26. 21:41

"에타.."

"선생님, 일어나실 수 있으시겠어요?"

에타의 말에 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에타는 와이의 등을 받쳐주며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와이의 얼굴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아진 느낌이었다.

"와이, 아까는 왜 그런 거야?"

이번에는 대답을 해주겠지 하며 세미가 물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응? 내가 뭘 했어?"

그는 방금까지 자신이 문 앞까지 걸어갔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열기운 때문에 정신이 몽롱했을 것이다. 거기까진 생각한 세미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나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게다가 에타까지.."

"선생님,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십니까?"

와이는 기억을 끄집어냈다. 분명 교장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사라진 두루마리를 찾고 있었는데...

"읏.."

머리가 아파 이마를 짚었다. 무언가가 자신의 몸에 들어와서 더럽고도 역겨운 그 소름 끼치는 느낌.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져 눈앞이 흐려졌다. 당장이라도 이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그 불쾌한 것을 꺼내야...

"선생님!"  "와이!"

두 사람의 부름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와이는 순간 자신이 그런 무서운 생각을 했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고개를 드니 에타와 세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리하게 기억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쨌든 선생님 몸에 새겨진 문자를 없애기만 하면 순탄하게 해결될 것 같으니까요."

".. 무슨 소리야?"

와이는 분명 휴학을 하고 있을 에타가 나타나선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해 어안이 벙벙했다.

"선생님, 갑자기 나타나서 송구스럽지만 일단 선생님의 안위가 우선입니다.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만 간단히 말하자면 선생님의 몸에 어둠의 마법이 스며들었습니다. 그대로 있다간 위험할 듯하여 일단 제가 달의 정수로 기운을 약화시켰지만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희는 내일 아침, 무레한 산골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무레한 산골?"

"예, 그곳에는 선생님을 낫게 할 방법을 알고 있는 자가 있다고 합니다. 전설로 밖에 듣지 못했지만 시도할 수밖에요."

에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에타는 와이가 하루빨리 원래대로 돌아왔으면 했다. 그녀에게는 소중한 스승이었기에 그를 잃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휴학하고 못 본 지 꽤 되었지만 에타는 항상 와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와이의 첫 제자. 스승을 위해 이런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에타였다.

와이는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였지만 꾹 참고 있는 듯했다. 그리곤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나도 갈게."

라고 파격적인 말을 꺼냈다. 그 말을 들은 세미와 에타는 눈이 동그래지며 동시에

"네?!"  "뭐라고?!"

소리쳤다. 와이는 시끄러웠는지 귀를 막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것보단 같이 가서 이 팔을 보여주는 게 낫지 않겠어? 게다가... 이 증상을 호전시킨 게 너라며, 에타."

와이의 말에 에타는 침묵을 지켰다. 확실히 같이 간다면 여기까지 돌아오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고 달의 정수만으론 와이를 혼자 두는 것에 걱정이 있던 터였다. 하지만 와이를 무리시키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한참 고민을 하던 에타는 결국 와이의 말을 수락하고 말았다. 이 결정에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합리적이었기에 와이의 말을 수락했다. 에타의 허락에 세미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제 곁을 떠나지 마십시오, 떨어지지 않는 한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에타, 오랜만에 봐서 잊은 모양인데 난 나 혼자로도..."

"선생님께서 마법에 걸려 호랑이로 변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마법을 쓰지 못한다고요."

"......................"

"다행히 그 마법은 어둠의 마법에 의해 먹혀 사라진 것 같습니다만, 몸에 어둠의 기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죠. 마법을 쓰다가 몸에 화를 당하실지 모르니 당분간 마법은 쓸 수 없습니다."

잊고 있던 사실을 자각했다. 그렇다. 지금 와이의 몸에는 어둠의 기운이 들어와 있다. 함부로 수학 마법을 시전 하다가 자칫 잘못해서 어둠의 마법을 써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와이는 말 그대로 마법을 쓰지 못하는 신세. 엑스의 마법에 걸려 호랑이로 변했을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호랑이로 변해 생활하는 것엔 익숙해져 있었지만 암담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제야 마법이 풀렸는데... 본모습으로 있어도 마법을 쓰지 못한다니...

와이의 어두운 표정을 본 에타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마법을 쓰며 자신에게 폼을 잡는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고 수학 마법으로 학생들을 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눈이 부셨다. 잠시 추억을 돌아보던 에타는 책임지고 와이 몸속의 어둠의 기운을 남김없이 소멸시키리라 다짐했다.

이 삭막한 분위기를 깨고 세미가 물어볼 것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근데, 에타는 와이랑 무슨 관계인 거예요?"

"...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선생과 제자입니다."

"그러기엔 둘이 나이 차이도 얼마 안돼 보여서요."

"에타와 난 나이 차이가 별로 안되지만 그래도 선생과 제자사이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에타는 나의 첫 제자랄까?"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 와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지 꽤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다. 에타와 와이의 첫 만남은 와이가 선생님이 된 첫날이었다.

"와이, 오늘부터 수업을 받을 아이라네."

교장선생님이 소개한 아이는 참 얌전한 아이였다.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는데 그럼에도 눈빛은 생기가 넘쳤다. 봄을 연상시키는 따스한 분홍빛 머리는 똑 부러지게 묶여 있었고 푸른 자연을 연상시키는 연둣빛 눈동자가 인상 깊었다.

교장선생님이 나가시고 난 아이의 앞에 다가갔다.

"안녕, 난 와이라고 한다. 그냥 와이 선생님이라 불러."

나의 인사에 그 아이는 싱긋 웃었다. 그 아이가 웃으니 정말 봄이 온듯한 착각이 들었다.

"에타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와이 선생님."

아이의 청명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부드럽게 퍼졌다.

그때부터 나는 에타에게 수학 마법을 가르쳤다. 에타는 아직 10살이었지만 머리가 좋은지 어려운 마법도 한 번만 보고 곧잘 해냈다. 가르치는 맛이 있어 그런지 점점 수업이 기다려졌고 오늘은 어떤 수업을 할까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에타는 집안 사정 때문에 휴학을 하게 되었고 몇 년 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휴학하고 있었지 않았어?"

"아.. 예, 다시 학교에 나올 수 있게 되어서 교장선생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사실 에타는 못 본 지 7년이 되었지만 그가 곧바로 에타를 알아봐 주었다는 것에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학교를 오니 기분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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