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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와 수학마법 3

곰탱신 2019. 9. 24. 21:04

"아버지!!"

엑스가 문을 박차고 교장실로 뛰어들어왔다. 그러자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사람이 문쪽을 쳐다 보았다. 엑스의 품에 안긴 와이는 축 늘어져 있어 척 봐도 상태가 안 좋아보였다.

"엑스! 이게 무슨일이냐? 와이! 정신 차려보게나!"

아무 일 없을 거라 말하던 와이가 막상 쓰러져 돌아왔으니 교장선생님은 당황스러웠다. 역시 그 혼자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교장선생님, 일단 방으로 옮기죠."

방금까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던 학생이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 덕분에 교장선생님도 정신을 차리고 와이를 방으로 옮겼다. 이불에 눕히고 나니 상태는 보기보다 심각했다. 그는 미약하게 숨을 쉬고 있었고 몸은 뜨거워 땀을 흘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팔에는 알 수 없는 붉은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아무리 머리를 열심히 굴려봐도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엑스, 와이에게 무슨 일이..."

"저도 잘 모르겠어요...발견했을 땐 주판에서 추락하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이 일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딱 한가지 있다면, 와이에게서 어두운 마법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두루마기를 찾다가 당한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와이의 상태를 낫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할 무렵

그 학생, 에타가 움직였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호리병을 꺼내더니 그대로 와이의 입속에 호리병의 내용물을 부어넣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모두가 당황해서 멀뚱히 쳐다만 보았다. 그리고 조금 있자, 놀랍게도 와이의 숨은 안정적으로 바뀌었고 안색이 조금은 나아졌다.

"자..자네, 무슨 짓을.."

"허락도 없이 죄송합니다. 이건 '달의 정수'라 합니다."

그녀는 매우 정중히 그리고 조용하게 말했다.

"어두운 기운이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이걸 쓰면 나아지지 않을까 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머리가 영특한 학생인줄로만 알았는데 어두운 기운을 감지하고 와이를 상태를 호전시켰다. 평범한 학생은 할 수 없는 일. 교장선생님은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생겼지만 그녀의 말에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계속 달의 정수만으로는 버틸 수 없을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저도 잘 모르지만..지인으로부터 이런 일에 빠삭한 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어디에 있다는가?"

"무레한 산골에 숨어 살고 있다고 합니다."

무레한 산골. 사람이 살지 않아 길조차 모르며 오랜 세월동안 잊혀져 그저 전설 속에만 남은 곳. 교장선생님은 다시 막막해졌다. 그 때 또 다시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와이?!"

세미였다. 그녀는 지금 막 다른 학생들에게 와이가 쓰러져서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참이었다. 하지만 심각한 분위기에 선뜻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엑스가 세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제가 갈게요!"

"세미?! 무레한 산골이 어딘지나 아는거야?"

"모르지만, 와이를 저렇게 둘순 없어."

세미는 이미 마음을 굳힌듯 했다.

"저도 가겠습니다. 얘기를 꺼낸건 저니까요."

에타까지 동참하자 엑스도 결국 함께 가게되었다. 출발예정일은 내일. 에타가 준비할게 있다고한게 이유였다.


세미는 그 동안 와이를 간병하기로 했다. 모두가 떠나고 세미와 와이가 단 둘이 방에 남아 있었다. 세미는 와이의 열을 내리기 위해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 위에 올렸다. 그는 여전히 식은 땀을 흘리며 앓고 있었다. 이럴 때 자신이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미안할 뿐이었다. 이럴 때 무사님이라도 있었으면 괜찮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약한 생각을 하면 안된다. 우울하게 있으면 있던 힘도 날라갈것 같았다. 세미는 미지근해졌을 물수건을 갈기위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아주 살짝이지만 와이가 눈을 뜨고 있었다.

"와이! 정신이 들어?"

세미가 안심하며 말을 걸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을 걸어보았지만 역시나 묵묵부답. 세미는 와이에게 무슨 이상이라도 생긴것같아 불안해졌다. 그런데 미동도 없던 와이가 휘청거리며 이불에서 일어났다.

"와이, 아직 움직이면...."

와이는 세미의 말에도 느릿느릿 문 앞으로 걸어갔다. 중간에 중심이 기울어져 넘어질뻔도 했지만 그는 꿋꿋히 문으로 나아갔다.

끼익.

"와이 선생님? 앗..."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에타와 마주쳤다. 와이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는지 그대로 에타에게 쓰러졌다. 갑작스레 자신에게 몸을 기댄 와이가 당황스러웠는지 에타는 어쩔줄 몰라했다. 그것도 잠시, 에타는 편한 자세에서 쉬게 하려고 와이를 붙들어 이부자리에 눕혀 놓았다. 전보다 편한 표정으로 잠든 그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어..."

세미는 정신없던 탓에 에타에게 이름마저 물어보지 못하였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에타라고 합니다. 와이선생님의 제자이죠."

그녀는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에타의 분홍빛 머릿결이 부드럽게 살랑거렸다.

"세미님, 맞으시죠?"

"절 아세요?"

"네, 매직큐브에게 선택받은 엄청난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듣기로는 천재적인 머리를...."

"그...그런 소문이..하하..부끄럽네요."

듣기도 민망한 칭찬에 세미는 얼굴을 붉혔다. 그런 그녀를 보며 에타는 싱긋 웃었다.

"그런데 그 활은..."

세미는 그제서야 에타의 등 뒤에 있는 활과 화살통이 보였다. 그 뿐 아니라 에타의 복장도 처음 봤던 교복과 달라져 있었다.

"아, 이건 제가 애용하는 궁입니다. 옷은..활을 쏘려면 아무래도 움직이기 편한 복장이 좋죠."

그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에타는 이래봬도 주민들이 알아주는 명궁이었다. 게다가 수학 마법도 잘해서 활 쏘기와 마법이 어우러진 것이 그녀의 대표적인 특기였다. 하지만 그녀는 궁에 대한 애정도가 많아서

"제가 쓰는 궁은 각궁으로 전통적인 기법으로 만든 궁입니다. 이 궁의 장점은..."

궁에서 대해서라면 1시간도 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 한다면 단점이었다. 세미 역시 우르르 쏟아지는 지식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앗....죄..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에타는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죄했다. 예의발라도 너무 예의바른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세미였다. 어느 샌가 에타는 무릎을 꿇고 와이의 팔을 살펴보고 있었다. 달의 정수 덕분인지 붉은 문자는 색이 조금 옅어진것 같았다. 

그 때 와이의 손이 에타의 손목을 잡았다.

"에타..."

자그마한 목소리로 힘겹게 그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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