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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인의 세상
"저...그럼 일단 통성명부터 하고 얘기하는게 편하지 않아?" 경계어린 눈빛을 보내던 곰이 말했다. 조금은 경계가 풀린것같았다. 리토역시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기에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 "음..내이름은 리토. 숲에서 온 인간...아니..뭐라 해야하나..." 말만 자기소개지. 기억이 없는데다가 방금까지 자신이 인간인 사실마저 부정당했다. 자기소개를 할 수 있을리가. "크흠..그럼 우리부터 할게. 난 소비. 내 옆의 안경쓴 무책임한 곰탱이는 레비야. 우린 마법곰탱왕국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곰탱이지." 리토는 잠시 평범이란 단어의 뜻을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둘은 평범이란 단어와 거리가 멀었다. 리토는 혼란스러운듯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레비라는 곰이 안절부절하며 리토를 쳐다봤다. "혹시,..
"세상에 인간을 데려오다니! 미쳤어?" "그럼, 그냥 내버려 둬?" 소비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아침 댓바람부터 꿀 채집을 하러 갈 거라고 숲으로 나가더니 웬 인간을 주워오지 않았는가? 소비의 다그침에도 레비는 안경을 고쳐 쓰며 인간의 상태를 살피기 바빴다. 소비와 레비는 지금까지 인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마법곰탱왕국에도 인간에 관한 서적이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서적에 따르면 인간은 매우 해로운 존재라고 나와있었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에 욕심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소비는 어디서 온건지도 모르는 인간을 함부로 집에 들인 게 매우 불만이었다. "레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도로 두고 와." "소비! 그러면 이 인간은 죽을지도 몰라!" "그냥 기절한 거잖..
부스럭... 숲 속을 헤매는 지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년은 한숨을 내쉬며 그만 풀썩 주저앉았고 땅의 나뭇잎들이 그 여파로 붕 떠올랐다. 지금 소년은 3시간째 숲 속을 헤매는 중이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전까지 뭘 했는지, 누구인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였다. 소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나마 기억이 나는 '리토'라는 이름을 되뇌는 것뿐이었다. 세상에 그 혼자 있는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리토는 빨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빨간 피로 얼룩진 것같은 하늘이었다. 날아다니는 새조차 보이지 않고 검은 구름이 떠다니는 괴상한 풍경. 숲 속의 나무들의 잎은 분홍빛이 돌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지옥에 온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정말 지옥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