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인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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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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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신 2019. 6. 4. 23:52

부스럭... 숲 속을 헤매는 지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년은 한숨을 내쉬며 그만 풀썩 주저앉았고 땅의 나뭇잎들이 그 여파로 붕 떠올랐다. 지금 소년은 3시간째 숲 속을 헤매는 중이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전까지 뭘 했는지, 누구인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였다. 소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나마 기억이 나는 '리토'라는 이름을 되뇌는 것뿐이었다. 세상에 그 혼자 있는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리토는 빨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빨간 피로 얼룩진 것같은 하늘이었다. 날아다니는 새조차 보이지 않고 검은 구름이 떠다니는 괴상한 풍경. 숲 속의 나무들의 잎은 분홍빛이 돌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지옥에 온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정말 지옥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지... 이제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싫어...'

한참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던 검은 눈동자는 아래로 시선을 내려 나뭇잎과 풀로 엉망이 된 목도리를 바라보았다. 맑은 푸른색이었던 목도리가 어느새 꼬질꼬질하게 더러워져 있었다. 깨끗이 털어도 또다시 더러워질 것을 알았기에 가만히 두기로 하였다. 리토가 처음 눈을 떴을 때 먼저 보인 것은 칠흑같이 어두운 머리카락의 자신이 냇물에 비친 모습이었다.  무표정하게 있는 것이 자기 자신조차 당황스러웠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두려웠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 언어나 기본적인 개념들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살아있는 생물체를 찾아 나선 지 3시간째, 바로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지칠 대로 지친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소리를 들었다.

........................ 달그락....

.......? 아까까지만 해도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려왔다. 리토는 눈을 뜨고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없는데...'

사람은커녕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역시 잘못 들었나 하고 중얼거렸다. 역시 오랜 시간 이런 곳에 있었으니 미쳐버린 게 분명했다. 허탈하게 돌아가려던 그때, 소년의 눈 앞에 사람이 만든 것 같은 건축물이 보였다.

'성.. 아니.. 왕국의 입구?'

오랜 시간이 지나 간신히 모양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눈 앞의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축물 말고는 또 다른 건축물은 찾을 수 없었다. 리토는 가까이 다가가 건축물에 쓰여 있는 문자를 확인했다. 생전 처음 보는 문자로 도배되어 있는 건축물은 기특하게도 아직까지 입구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그림이었다. 기둥에 곰의 모양으로 조각돼있는 것이 무척이나 세밀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리토는 입구 안 쪽으로 무심코 손을 뻗었다. 순간 미약하게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미세하지만 안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확실했다. 딱히 다른 방법이 없던 리토는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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