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인의 세상

2 본문

숨겨진 통로

2

곰탱신 2019. 6. 7. 19:51

"세상에 인간을 데려오다니! 미쳤어?"

"그럼, 그냥 내버려 둬?"

소비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아침 댓바람부터 꿀 채집을 하러 갈 거라고 숲으로 나가더니 웬 인간을 주워오지 않았는가? 소비의 다그침에도 레비는 안경을 고쳐 쓰며 인간의 상태를 살피기 바빴다. 소비와 레비는 지금까지 인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마법곰탱왕국에도 인간에 관한 서적이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서적에 따르면 인간은 매우 해로운 존재라고 나와있었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에 욕심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소비는 어디서 온건지도 모르는 인간을 함부로 집에 들인 게 매우 불만이었다.

"레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도로 두고 와."

"소비! 그러면 이 인간은 죽을지도 몰라!"

"그냥 기절한 거잖아!! 죽긴 왜 죽어?"

레비가 뜻을 굽히지 않자 소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포기하는 것이 나았다. 레비가 한번 고집 피우면 끝도 없었으니까. 레비는 인간이 깨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팠다. 좀 더 자고 싶었지만 소란스러운 말소리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눈을 뜨니 먼저 보인 것은 나무로 된 천장.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안락한 거실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곰 2마리가 보였다.

음..? 뭔가 이상했다. 리토의 상식대로라면 곰은 말을 하지 않는다. 안경을 쓰지도 않고 옷을 입지도 않을 터..인데.. 눈앞에 보이는 저 둘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잘 들어보니 인간의 언어는 아닌 듯했다. 포요포요?라는 단어를 반복하고 있다.

'아. 분명 이건 꿈이구나... 그렇지 않으면 곰들이 말을 할리가...'

"포요! 포요포포요!"

안경을 쓴 곰이 리토가 눈을 뜬 것을 보고 달려와 소리쳤다. 꿈치곤 너무나 생생한 소리였다. 리토는 볼을 꼬집었다.

'아파... 이거.. 꿈이 아니잖아?'

리토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누워 있으며 이상한 곰 2마리에게 납치되었다. 리토로서는 이 정도밖에 추측할 수 없었다.

"저... 착하지? 저쪽으로 갈래?"

리토는 최대한 자극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손짓했다. 그러자 곰들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뭐라고 주절댔다.

"아참! 인간의 언어로 말한다는 걸 까먹고 있었네."

?!?!?!?

'뭐지? 어떻게 된 거야 사람 말을 하잖아?'

"음.. 근데 레비, 이건 인간의 언어라기보단..... 원더랜드 언어 아니야? "

"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너, 인간이 아니구나?"

리토는 혼란스러웠다. 곰들이 말을 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말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말 그대로 넌 인간이 아니란 말이지."

안경을 쓴 곰이 말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곰은 경계의 눈빛으로 리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곰, 말, 원더랜드, 인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좀 전에 숲에 있었을 때보다 더욱 두려워졌다. 살아있는 생물체를 만난 건 기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숨겨진 통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0) 2019.06.09
1  (0) 2019.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