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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쓰는 글

와이와 수학마법 6

곰탱신 2020. 4. 16. 17:32

"제발, 도와주십시오!"

정말 이상하다. 이제는 땅이 꺼져도 그러려니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레한 산골을 찾으러 여정을 떠난 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은 시각. 에타는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농부를 앞에 두고 서있었다. 평소라면 당연히 발 벗고 나서 도움을 드리는 것이 도리지만, 약 40분의 전의 일 때문에 에타는 지금 한숨만 푹 내쉴 뿐이었다.

약 40분 전, 에타 일행은 종이에 적힌 방향을 따라 길을 걷던 도중 작은 마을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겉보기에도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마을이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바로 그 순간.

"이보시오. 이것 좀 도와줄 수 있겠소?"

"네! 간단한 수학 문제로군요."

지옥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간단한 수학 문제라면야.'라고 생각하며 세미와 와이는 온갖 문제들을 풀어내었다. 사람들의 감사인사도 받으니 세미와 와이는 기분이 좋아졌고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젊은이! 이게 뭔지 알어?"

"네?.. 잠시만.."

"아이구...청년, 이것 때문에 아주 골치라니까?"

"그러니까...."

문제를 해결하면 해결할수록 사람들은 더 몰려들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덕분에 와이와 세미는 약 40분 동안 사람들에게 시달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드디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바쁘실 테지만 부디! 아주 조금만이라도 시간을 내주지 않겠습니까?"

한 농부가 간절하게 빌며 애걸복걸하는 바람에 아직도 붙잡혀 있는 것이었다. 세미와 와이는 진작에 농부의 시선으로부터 숨어 쉬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에타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알겠습니다. 제 능력 안에서 해결해드리도록 하죠."

"정말 감사합니다!"

농부는 연신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하더니 에타를 자신의 집 뒷마당으로 안내했다. 농부를 따라가니 맨 처음에 보인 것은 심하게 부패된 동물의 사체였다.

"... 이건... 멧돼지로군요."

에타는 간신히 멧돼지의 사체란 걸 알아챈 뒤 더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사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악취는 나지 않아... 부패하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건데... 족히 10마리는 넘어 보여.'

"사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사흘 전, 평소처럼 집에서 쉬려는데 갑자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 뭡니까? 뒷마당 쪽에서 들리길래 가봤더니 이렇게 멧돼지 사체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농부는 겁에 질린 듯 몸을 떨며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1마리였기에 그냥 누군가가 장난을 친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음날에는 2마리, 그 다음날에는 4마리, 8마리..."

"오늘로 16마리로군요."

"네... 점점 늘어나니 무서워져서... 귀신의 장난이 아니라면 정말 악질인 놈일게 분명합니다!"

에타는 다시 한번 멧돼지의 사체를 살폈다. 가죽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아 깨끗했지만 마치 흡혈귀에 물린 것처럼 말라 비틀어진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짓이라 할 수 없었다. 농부의 말대로 귀신의 장난일까? 아니, 그럴리는 없다. 농부의 집은 햇빛이 잘드는 양지바른 곳. 귀신이 있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고 설령 있다하더라도 큰 힘을 지닌 악귀가 아닌 이상 못하지 않을까?... 아. 자신도 모르게 에타는 다른 길로 빠졌다. 지금 귀신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였다. 

얼른 이 문제를 해결하고 와이의 몸에 깃든 어둠의 힘을 빼내야 했다. 일단...

"에타, 왜 이리 늦..."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에타를 찾으러 뒷마당에 들어온 와이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저어...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으신데..."

"...아... 난 괜찮아."

애써 웃으며 말하는 와이였지만 에타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피곤하신겁니까? 여긴 제가 맡을테니 세미와 함께 돌아..."

"아니, 정말 괜찮아."

그제서야 에타는 입을 다물었다. 본인이 괜찮다는 데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에타는 와이에게 이곳에서의 일을 전부 설명했다.

"그래서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데... 선생님께선 뭔가 아시겠습니까?"

"사체의 수가 2배씩 늘어나고 있다는 건 알겠어."

".....즉 모르시겠다는 거군요."

"윽... 뭐..그렇지. "

와이와 멧돼지에 대해 여러가지 가설을 늘어놓다보니 어느 새 해는 저물고 있었다. 에타는 일단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야 겠다고 생각한 후 밖에 있는 세미에게 돌아왔다. 세미는 잘도 평평한 바위를 찾아 벌써 자고 있었다.

"가시는 겁니까?"

뒤따라 나온 농부가 말했다.

"일단 하룻밤 자고 다시 오겠습니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민박집은 없을텐데요?"

"...하룻밤만 신세질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마침 혼자자기 무서워지던 참이었는 데 사람이 많으면 저야말로 고맙죠. 자, 어서 들어오세요."

농부는 활짝 웃으며 방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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